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데뷔작이자 현대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전(Hereditary)]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악마학적 요소들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깊은 메시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목 'Hereditary'의 진정한 의미
많은 관객들이 영화의 제목을 DNA를 통한 유전적 특성의 전달로 해석했지만, 실제로는 'Hereditary Witchcraft'라는 개념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가족 내에서 대대로 전승되는 마법과 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혈통보다는 전통과 종교적 관습의 전승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영화 속 악마 '파이몬'의 정체
파이몬은 실존하는 마도서 '솔로몬의 작은 열쇠'에 등장하는 72명의 악마 중 하나이자, 9명의 악마왕 중 한 명입니다. 이 마도서는 유럽의 오컬트 전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알레이스터 크로울리와 같은 저명한 오컬트주의자들이 즐겨 참고했던 문헌입니다.
마도서에 따르면 파이몬은 예술과 과학, 철학에 능통한 악마로 묘사됩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파이몬의 특징들 - 북서쪽에 거처가 있다는 점, 왕관을 쓰고 있다는 점, 단봉 낙타를 탄다는 점 등은 모두 이 마도서의 묘사와 일치합니다.
솔로몬의 유산과 악마 통제의 역설
'솔로몬의 작은 열쇠'라는 제목은 성경의 외경 중 하나인 솔로몬 성서에서 유래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솔로몬 왕은 천사 미카엘로부터 악마를 통제할 수 있는 마법의 반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지옥의 군주 바알세불과 그 수하들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엄청난 부와 권력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영화 속 악마숭배자들의 진정한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악마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솔로몬처럼 악마의 힘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어 이용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파이몬: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영화 속 파이몬의 모습은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악마와는 사뭇 다릅니다. 그는 무시무시하거나 사악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안에 떨고 겁에 질린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의도적으로 파이몬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원치 않게 지상으로 끌려와 강제로 인간의 몸에 주입된 존재로 그려집니다.
정신질환의 은유로서의 파이몬
감독은 파이몬을 통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도 느끼는 끊임없는 불안과 공포, 이 세상과 근본적으로 어긋나 있다는 느낌은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술적 재능과 정신질환의 관계
파이몬이 예술에 능통한 악마라는 설정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예술적 재능과 정신질환 사이의 미묘한 연관성을 암시합니다. 영화 속 찰리와 애니 모두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남다른 감수성과 정신적 취약성과 연결됩니다.
트라우마의 예술적 승화
애니의 디오라마 작업은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객관화하고 거리를 두기 위해 극사실주의적 작품을 만듭니다. 이는 예술이 가진 치유적 기능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가의 고통이 작품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
아리 애스터 감독은 자신도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으며, 가족의 비극적 사건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가족의 비극이 어떻게 한 사람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모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고통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엔딩의 블랙 유머적 해석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악마숭배자들이 파이몬을 향해 절을 올리는 모습은 일종의 블랙 유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술가가 자신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성공을 거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리 애스터 감독에게 큰 성공을 안겨주었습니다.
유전은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악마학이라는 소재를 통해 예술가의 고통, 가족의 비극, 정신질환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 자체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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