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때때로 우리 삶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실존주의는 오히려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를 직면하도록 만든다. 그중에서도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실존주의는 우리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사르트르는 유명한 선언을 남겼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이 문장은 실존주의 철학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그렇다면 실존과 본질이란 무엇이며,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본질이란 무엇인가?
사물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것이 가진 목적과 기능을 먼저 떠올린다. 예를 들어, 신발의 본질은 발을 보호하는 것이고, 우산의 본질은 비를 피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신발과 우산을 만들 때 미리 정한 용도에 따라 그 존재 이유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철학적으로 본질(essence)이란 "어떤 것이 존재하는 이유" 혹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속성"을 의미한다. 의자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물건을 뜻하고, 그 기능이 의자의 본질이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은 이미 정해진 본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목적에 따라 사용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인간의 본질이 미리 정해져 있을까?
인간에게 본질은 없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사르트르는 인간을 신발이나 의자와 다르게 보았다. 인간은 어떤 고정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먼저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며, 이후 스스로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개념이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특정한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숙명도 없다. 우리는 자유롭다. 하지만 이 자유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자유와 불안: 선택의 부담
자유는 듣기에는 멋지지만, 실제로는 무거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 직장을 다닐 것인가, 창업을 할 것인가?
-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혼자 살아갈 것인가?
-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 꿈을 좇을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은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다. 인간에게는 정답이 없다. 선택을 하는 순간, 그것이 곧 우리의 정답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선택을 피하기 위해 자기기만을 한다. 마치 자신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 생활이 싫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해야 해"**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살아간다면, 그것은 자기기만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과 책임: 인간은 스스로를 창조한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삶이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계속 던지는 존재이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내가 내린 선택은 나만의 선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인 선택이 된다. 사르트르는 이를 앙가주망(engagement, 참여)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의 선택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르트르의 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강력한 메시지다.
- 우리는 정해진 본질 없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다.
- 우리는 자유롭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 우리는 불안을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의 의미를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사르트르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삶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우리가 하는 선택이 곧 우리의 존재를 정의한다. 우리는 자유롭지만, 그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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